[20회차 SIT 후기] 경계 위의 삶, 국내 성장 이주배경청소년

경계 위의 삶, 국내 성장 이주배경청소년
- 한국에서 자란 외국인 청소년의 삶과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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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유학·난민 등 다양한 배경의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국내에서 성장하는 외국 국적 아동과 청소년의 수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이 250만 명을 넘어섰어요. 이 중 상당수가 가족을 이루고 자녀를 낳고 기르며 한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일부는 부모의 체류 자격에 종속되어 삶의 선택지가 크게 제한되거나, 아예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되기도 합니다.

이들의 문제는 단순히 개별 가정의 불운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이민사회로 전환하면서 언젊가는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들을 한발 앞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5월 20일 행복나눔재단에서 열린 20회차 SIT 컨퍼런스는 이러한 '경계 위의 삶'을 살아가는 국내 성장 이주배경청소년들의 현실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현장 활동가, 법무 전문가, 연구자 및 민간 장학사업 운영자가 한자리에 모여 민간의 노력과 정책적 변화를 살펴보며 실질적인 해결방안과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었어요. 


문제 제기 : 세 명의 청소년이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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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는 나몬, 야수미, 기프트 세 명의 이주배경 청소년이 직접 출연한 영상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들의 증언은 통계나 정책 문서로는 담아낼 수 없는 생생한 현실을 보여줬어요.

"저는 제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여기서 평생 자라왔어도 외국인이네요." 한국에서 태어난 몽골 국적 나몬의 이 말은 정체성과 법적 지위 사이의 괴리를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또 "꿈을 이루기 이전에 내가 이곳에 어떻게 계속 남을 수 있느냐가 우선"이라고도 했어요.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현재의 존재 자체를 증명해야 하는 현실, 그것이 이들이 직면한 딜레마입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들이 인터뷰에서 보여준 성숙함 이었어요. 노숙 경험을 담담히 말하는 기프트, 부모와의 생이별을 각오하고 체류 자격을 신청하는 나몬과 야수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들이 또래보다 훨씬 일찍 어른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피커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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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컨퍼런스에는 이주배경 청소년 문제의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모였습니다. 

첫 번째 발표자인 천주교 의정부교구 의정부 EXODUS의 강슬기 활동가는 2014년부터 이주배경 아동과 청소년의 생애주기를 따른 어려움을 현장에서 직접 해결해온 당사자이자 실무자입니다. 자신 역시 필리핀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주배경을 가져 이들의 고민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어요. 

두 번째 발표자인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이탁건 법무담당관은 난민과 미등록 이주민의 권리보장을 위해 법제적 한계 개선에 힘써온 전문가입니다. 특히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권을 인정받은 '페버' 사례를 직접 담당하며 이 분야의 법리적 토대를 구축해왔어요. 

토론에는 이주와인권연구소의 김사강 연구위원이 진행을 맡았고, 이주배경 청소년 장학사업을 운영하는 봉앤설이니셔티브의 박송인 사무국장이 민간 영역의 실질적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발표 1 : 현장에서 본 "우리지만 우리가 아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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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EXODUS의 강슬기 활동가는 2014년부터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을 지원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의 생애주기별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자신 역시 필리핀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주배경을 가진 당사자이기도 해요.

레아의 선택 - 가족해체를 감수한 교육 기회

미군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레아는 간호사의 꿈을 품고 있지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체류 자격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구제 대책 신청을 위해 어머니가 3천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는 점이에요. 더욱 가혹한 것은 레아가 체류 자격을 얻으면 어머니는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현실입니다. 구제 대책이 자녀가 미성년인 기간에만 부모의 체류를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블레싱의 패러독스 - 유학생이 된 한국 학생

한국에서 성장한 블레싱은 외국인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했지만, 유학생 신분으로 분류되어 2천만 원의 잔고 증명을 해야 하고, 주당 20시간 아르바이트 제한, 휴학 금지 등의 제약을 받아요. 원래 꿈이었던 영화감독 대신 체류를 위해 사회학을 전공, 공부를 계속하기로 했다는 그의 이야기는 제도가 개인의 꿈과 재능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를 보여줍니다.

엘빈과 불안, 나몬의 현실적 선택

축구 선수를 꿈꾸던 엘빈은 졸업 후 프로팀 입단이라는 좁은 길을 통과하지 못할까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소속될 곳을 찾아야만 비자를 취득해 체류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나몬은 아예 "돈 많이 버는 일"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자신을 한국인으로 정의하는 나몬은 한국에서 계속 살아가길 원하지만, 영주권 취득을 위해서는 연간 소득이 GNI의 2배(약 1억 원)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강슬기 활동가는 이들의 사례를 통해 말합니다. "이 친구들은 국적 하나로 저와 다른 삶의 경로를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공교육을 받고 자란 이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용기와 의지를 갖고 삶을 개척할 수 있다면, 한국 사회에서 역할을 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이는 ‘누구를 받아들이고 누구를 배제할 것인가’ 보다, ‘사회 통합과 인적 자원 활용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죠.



발표 2 : 체류권, 시혜에서 권리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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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 한국 대표부의 이탁건 법무담당관은 정책 변화의 궤적과 법리적 근거를 중심으로 접근했습니다. 특히 자신이 직접 소송을 담당한 '페버' 사례를 통해 체류권의 법적 근거를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페버 판결의 의미

나이지리아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페버가 강제퇴거 명령을 받았을 때, 법원은 "대한민국에서 출생하여 현재까지 오직 대한민국만을 지역적, 사회적 터전으로 삼아 살아온 사람을 무작정 내쫓는 것은 문명국가의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판시했어요. 이는 단순히 인도적 배려를 넘어 체류권이 인권의 영역임을 인정한 판결이었습니다.

정책 변화의 성과와 한계

2021년 시작된 법무부의 구제 대책은 분명한 진전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장기간 거주하며 국내 교육과정을 이수한 아동에게 체류 자격을 부여한다는 내용이에요. 2022년에는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어린 나이에 와서 6-7년 이상 거주하며 공교육을 받는 아동으로 대상 범위를 넓혔고, ’28년까지 연장 시행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 한계는 여전합니다. 첫째, 한시적 정책이라는 점입니다. 3년마다 연장 여부를 두고 당사자들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 구조거든요. 둘째, 체류 자격을 얻은 후에도 유학-취업-거주-영주권으로 이어지는 각 단계마다 높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이미 한국 사회에 통합된 존재임에도, 새로 입국하는 여느 외국인과 같이 수 많은 단계를 거치며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시켜 가야 하는 거죠. 셋째, 가족 단위의 접근이 부족해요. 자녀가 체류 자격을 얻으면 부모는 출국해야 하기에, 체류 자격 신청을 망설이게 되고 이후 홀로서기도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기죠.

이탁건 변호사는 "이러한 권리를 법으로써 보장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어요. 시혜적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지난 4월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이주 가정에서 태어난 아동·청소년에게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로를 제공하여 체류 자격을 확보하게 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토론 : 세 개의 핵심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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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 이주아동 정책의 한계와 개선 방향은?  

한국의 이주아동 정책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어떤 위치에 있을까요? 이탁건 변호사는 "법무부의 구제 대책 자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혁신적이고 장점이 많은 정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정 거주 기간만 충족하면 다른 제한적 요건 없이 체류 자격을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의 경로입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영주권으로 가는 경로가 훨씬 완화된 경우가 많다"고 그는 지적했어요. 실제로 한국의 영주권자 비율은 전체 외국인의 10%에도 못 미칩니다. 일본조차 30% 이상인 것과 대조적이에요. 특히 난민 인정자의 경우 2021년 기준 10년간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이 10명 정도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한국의 정주 정책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강슬기 활동가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했어요. 출입국 사무소에서의 차별적 대우, 직원 재량에 따른 서류 요구의 차이, 1년 이상 걸리는 심사 기간 등이 그것입니다. "진짜 이게 해주려고 만든 건지 사람 괴롭히려고 만든 건지 모르겠다"는 그의 표현이 현실을 잘 드러내요.

이탁건 변호사는 "이들의 권리를 법으로써 보장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하며, 한시적 정책에서 벗어나 체류권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어요. 특히 현재 GNI 2배(약 1억 원)로 설정된 영주권 취득 소득 기준을 이주배경 청소년들에게는 완화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법제 개선의 걸림돌은 "국민의 법 감정"과 "국민적 공감대 부족"이라는 반응이에요. 강슬기 활동가는 이에 대해 "서로 만날 기회를 만드는 것, 함께 이야기 나눌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결국 결혼이민자나 동포에게 적용하는 완화 조건을 국내 성장 이주아동들에게도 확대 적용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Q. 국내 성장 이주배경청소년의 특성과 가장 시급한 지원은 무엇일까? 

이들이 일반 저소득층 청소년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봉앤설이니셔티브의 박송인 사무국장은 장학사업을 통해 관찰한 특징들을 공유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선택권의 유무"였어요. 체류 자격이 없는 친구들은 "나는 그냥 외노자"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며 부모의 삶을 답습할 것이라고 체념하는 반면, 구제 대책으로 체류 자격을 얻은 친구는 "한자로 개화(開花)다. 자기 인생에 꽃이 폈다"고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체류 자격을 얻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에요. 강슬기 활동가는 "애들이 왜 이렇게 착하냐"는 주변의 평가에 대해 "착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안 좋은 짓을 하다가 걸리면 단속되어 추방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며 바르게 살려고 신중하게 행동했던 것"이라는 설명이에요. 이는 이들이 얼마나 위축된 환경에서 성장해왔는지를 보여줍니다.

경제적 지원의 관점에서 보면, 영유아기에는 출산비와 보육비(월 60만 원), 학령기에는 교육비와 교재비, 대학 진학 시에는 2천만 원 잔고 증명과 등록금이 가장 큰 장벽이에요. 특히 부모와 생이별한 상태에서 홀로 서야 하는 청년들의 경우 "보육원을 나온 자립 준비 청년과 비슷한 상황인데 그들이 받는 지원은 전혀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강슬기 활동가는 "이미 시행 중인 아동청소년 지원 대상을 국적자로 한정하지 말고 범위를 넓히면 어떨까"라고 제안했어요.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기존 교육비 지원이나 필수용품 지급 등에서 외국 국적을 이유로 배제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또한 체류 자격 취득 후 홀로 서야 하는 청년들에게는 자립준비청년과 유사한 지원 체계가 필요함을 강조했어요.  

Q. 봉앤설이니셔티브의 실험,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봉앤설이니셔티브는 ‘24년부터 이주배경 대학생 11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어요.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엘리멘탈 트랙'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종합적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핵심은 네 가지에요. 첫째는 물론 이주배경청소년들이 학교 생활에 집중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학비 전액과 생활비 지원. 둘째, 매월 성장 레코드 작성과 정기 회고를 통한 자기성찰과 목표 관리. 셋째, 사회 각계각층 전문가와 함께 하는 독서토론을 통한 지적 성장과 멘토링. 넷째, 피크닉, 여행 등 다양한 경험과 동료 간 연대 형성의 기회. 

박송인 사무국장은 "비슷한 이주배경을 가진 친구들과의 연대가 너무 좋았고,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 친구들이 솔루션도 주고 자극도 받았다"는 참가자들의 반응을 전했어요. 이는 경제적 지원만큼이나 정서적 연대가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봉앤설이니셔티브는 이주배경청소년의 성공적 사회 진출과 안착 사례를 만들고자 제한적 인원만을 선발해 지원하고 있지만, 더 많은 이주배경청소년들이 안정적으로 자신에게 집중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경제적, 정서적 지원이 민간에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기존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에 우리 외국인 가정 친구들도 포함되면 훨씬 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어요. 새로운 사업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인프라를 확장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것이죠.



근본적 질문: 경계는 누가 만드는가

토론 말미에 나온 "우리나라 정책은 왜 이렇게 편파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슬기 활동가는 '우리' 국민 만을 대상으로 보는 배타적 시각을 그 이유로 들었어요. ‘우리’라는 표현이 때론 누군가를 선 긋고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는 단순히 용어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구성원을 정의하는 기준이 혈연이나 국적에서 거주와 경험, 생활 공간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근본적 문제 제기에요. 실제로 축구계에서 도입된 '홈그로운 제도'(국내에서 성장한 외국 국적 선수를 국내 선수로 인정)가 좋은 참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탁건 변호사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어요. "1990년 한국이 UN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한국에는 전혀 인종차별 문제가 없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와 지금의 간극이 한국 사회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증거"라는 것이죠. 



통합사회를 향한 과제

2시간의 논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문제가 단순히 소수자를 위한 인도적 배려의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입니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한국이 이민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어떤 통합 모델을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동시에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의 경제적 문제이기도 해요.

우선적으로는 현행 구제 대책의 법제화와 영주권 취득 경로의 현실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입니다. 김사강 연구위원이 마무리하며 한 말처럼, "아동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아동"이라는 기본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에요. 국적이나 체류 자격을 떠나서 한 사회에서 함께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결국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 같습니다.



글 | 김지선

Email : si.table@skhappines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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